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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꽤나 어그로를 끌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난 가짜 사나이란 컨텐츠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시즌 1은 예고를 보고 재미있어서 도저히 이걸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끝나고 몰아 보기도 했고, 시즌 2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가짜 사나이 시즌 2 역시 재미있는 걸 보고 역설적이게도 이젠 ‘이 컨텐츠는 그만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조회수도 잘 나오는 컨텐츠를 내가 무슨 자격으로 씹을까?
먼저, 이러한 불합리한 행동이 정신력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은 훈련에 대한 철저한 오독이다. 이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웃기게 대한민국의 절반인 남자는 징집 대상이며, 그 중 절대 다수는 최소한 ‘기초 군사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우리가 받았던 그 군사 훈련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반복 숙달을 통해서 몸이 기억하는 대로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군대 훈련이 강압적이고, 고압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생각을 최소화하여 이러한 메커니즘이 최적의 환경에서 돌아가기 위한 것이다. 군사 훈련은 ‘상명하복’을 기초로 한 군대 조직에 맞는 방법론일 뿐 정신 수양을 위한 참선법이 절대 아니다.
다음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청자 역시 준비가 되지 않았다. 가짜 사나이가 하나의 컨텐츠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가짜 사나이에서 가하는 훈련들은 부상을 야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들도 존재하기에 교육생들은 언제든 본인의 의지로 훈련을 마칠 수 있다. 그 증거가 훈련장에서 보이는 종이다. 교육생들은 종을 치면 언제든 훈련을 마칠 수 있다. 이는 교육생과 교관으로 불리고 있지만, 철저히 계약에 의한 관계일 뿐 그 두 그룹 사이에 상하관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의 그룹이 더 등장하는데 바로 시청자다. 컨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은 훈련을 ‘포기’하는 교육생들의 개인 채널까지 접속하여 전혀 상관없는 영상에 댓글로 그들의 나약한 정신력을 엄준히 꾸짖는다. 과연 앞서 말한 교육생 본인의 의지로 훈련을 마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일까?
마지막으로 ‘꼬우면 보지 마라’는 한 줄의 경고문은 결코 방패막이 될 수 없다. 가짜 사나이 시즌 2는 아무래도 컨텐츠가 커진 상황에서 수많은 지원자를 받다 보니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나 생각보다 준비된 참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컨텐츠의 재미를 위해서 누군가는 나가 떨어져야 하다보니 점점 더 가학적인 훈련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제작진도 이를 의식했는지 ‘이런 거 싫음 보지 마세요’란 가불기를 하나 추가하고 영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슈퍼’ 컨텐츠의 영향력을 무시한 발상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가짜 사나이에 열광하고 있고, 그 컨텐츠의 내용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나’라는 개인을 이걸 안 본다고 해서 그 컨텐츠의 영향력이 나에게까지 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저렇게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행동이 정신력을 키우는 행동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과연 내가 안 보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평가 - ★★☆☆☆
그 옛날 배우 최무룡이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김지미와 헤어질 때 한 말인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라는 말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가짜 사나이에도 동일한 말을 하고 싶다. ‘재미있기 때문에 헤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