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2) 썸네일형 리스트형 파친코 - 그들에게 파친코란 처음 책을 읽고 아마 다들 당황했을 것이다. 제주도. 그것도 먼 옛날의 제주도에 살던 구순열을 가진 훈이의 이야기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니. 제목이 파친코인데 언제 일본에 가서 파친코를 한다는 말이지? 여하튼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서인지 소설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진행된다. 한 챕터가 지나면 수년씩 지나가기도 한다. 게다가 문체가 담담하다 보니 심각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읽고나면 좀 그렇다. 아니, 식민지배를 그렸던 소설치고는 생각보다 어둡지는 않네? 일본이 나쁜놈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네? 그나저나 왜 하필 제목이 파친코지? 오늘 리뷰에서는 왜 제목이 파친코인지에 대해서만 조금 얘기를 하고 싶다. 먼저, 모자수에게 파친코는 일본인..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고품격 말장난 대한민국에는 인간을 구분 짓는 방법이 은근히 다양하다. 내가 어렸을 적 무렵에는 혈액형이 그러했다. 사람을 4개로 분류한다는 용감한 발상에 동의하기 어려워 나는 크게 믿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믿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요새는 MBTI가 대세인 것으로 보인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혈액형과는 달리 내가 선택해서 결과를 받는 MBTI는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게다가 16개나 되는 다양한 인간형 분류 때문인지 더더욱이나 과신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근데 그래봐야 16개다. 이 다양한 인간상을 16개 분류로 구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전통적이면서 더 단순한 분류가 있었다. 문과와 이과라는 단순한 이분법이다. 게다가 이 분류가 무서운 이유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 시기.. 불편한 편의점 - 동화? 편의점이란 공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봤다. 내가 어렸을 적엔 편의점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아주 작은 크기의 "슈퍼마켓"이 지금의 편의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보통은 그 긴 이름을 다 부르지는 않았고 슈퍼라고 부르곤 했다. 슈퍼라는 공간은 생각보다 맡고 있는 역할이 많아서 고객에게나 주인에게나 꽤나 불편한 공간으로 기억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시의 슈퍼에서 콩나물을 직접 길러서 팔거나 모두부를 쪄서 파는 일 역시 꽤나 비일비재했다. 당연히 주인은 이런 것을 준비해야 하니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아니 우리 가게에서 팔 물건을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구성했어야 하니 꽤나 피곤한 일이었으리라. 그렇다고 고객에게 편한 공간도 아니었다. 지금처럼 카드 결제가 편리하게 되는 것도 아.. 팩트풀니스 - Overused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가 세상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오히려 세상이 좋아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요즘 보기에 그리 적절하지는 않다. 실제로 세상이 혼탁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먼저, 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했다. 이제는 약간이나마 대유행을 이겨내는 중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전세계가 하나의 질병으로 고통 받은 적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그 와중에 내가 걸리기도 했으니 말그대로 피부에 와닿는 재앙이었다. 전쟁도 발발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자부했건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그 환상이란 것이 얼마나 쉬이 깨질 수 있는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치솟는 기름값을 보면서 내 자동차 역시 재앙을 겪고 있다. 경제 위기가..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 읭? 이름보다는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짤로 유명한 판사. 판사가 짤로 더 유명하다는 것 자체가 특이한 일이긴 하지만 책을 읽고난 이후엔 "읭?"이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분 냉철한 분 아니셨나? 최근 촉법소년 논의가 꽤나 활발하다. 촉법소년 기준을 1년 낮춰 미성년, 특히나 어린 미성년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형사처벌을 불사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뉴스만 보면 아이들의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하니 꽤나 유의미한 논의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빠진 논의가 몇가지가 있다. 먼저, 무거운 처벌이 정말 소년 범죄를 줄일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꽤나 간단하다. 아니요. 소년범의 가정을 보면 결손가정이 많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 탈코일기 - 미안해 평소에 미안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미안한 순간들이 있다.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우리네 부모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고, 소중한 사람에게도 늘 자존심만을 세우는 순간이 있어서 미안할 때도 있다. 물론 말은 못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미안함을 느꼈다. 이 시대에 아직도 남아있는 남녀의 불평등함에 기득권을 가진 남성으로서? 글쎄다. 딱히 그런 것은 아니고, 책을 읽은 이후에도 그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나는 페미니즘에 꽤나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대학에 입학하던 십수 년 전, 당시에는 페미니즘도 아닌 "여성학" 수업을 굳이 찾아 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당시 여성학에서 말하던 불평등에 대해서 꽤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 우아한 가난의 시대 - 빈곤 속의 풍요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일견 풍요로워 보이는 와중에도 부족한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 2030 세대들은 저 말에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세대는 풍요로웠던 적이 없고, 그로 인해서 특별한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소확행'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건데 확실한 행복에 대해서는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소소'한 행복에 만족을 해야 하는 것일까? 두번째로 '헬조선'이라는 말을 쓰다가 이제는 더 이상 그 말 조차 쓰지 않는다. 정말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때보다 행복해져서 그런 말을 쓰지 않게 된 것일까?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가 믿었던 행복 공식이 깨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타이탄의 도구들 - 이모 여기 사골곰탕 한그릇 더요 몇 번이고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요즘 내가 독서에서 가장 주안을 두는 것이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고, 이러한 책에 대한 감상을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이러한 목적에 가입한 이유에 부합했다. 지금같은 순탄한 일생을 살았다면 높은 확률로 나는 이 책을 읽기는커녕, 제목조차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팟캐스트도 안 듣는 내가 미국 팟캐스트를 듣거나 해서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진단 생각이 쉬이 들지 않기 떄문이다. 저자 팀 페리스는 특정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이들을 거인, 즉 타이탄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50여명이 넘는 수많은 거인들의 인터뷰가 실려있고, 저자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그대로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차별주의자 - 우리는 선량한가? 의도가 선량하면, 혹은 불순한 의도가 없다면 우리의 모든 행동은 용인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시작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작가 스스로 내리기도 하고, 독자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그 합의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읽는 내내 써있는 사례들이 불편하면서도 이 책을 끝까지 읽었던 것은 작가의 소위 말하는 썰(?)을 푸는 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뭐라고 하고 싶고 반박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아닌데 논리적으로 반박하기가 어렵다. 이 말을 하면 분명 나만 나쁜 사람이 될 것이란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그러한 불편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듣고 분명히 본인이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하다. 우리가 차별주의자라.. 죽음의 수용소에서 - 해봤어? 밑바닥에서 퍼주세요. 가장 의미없는 행동 중 하나가 남의 불행과 나의 불행을 비교하는 것이다. 아무리 공감 능력이 엄청나게 발달한 사람일지언정 그래도 평범한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남의 불행을 올바르게 혹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꼰대가 나오는 것도 이전 세대가 현재 세대가 처해있는 혹은 겪고있는 불행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해할만하다. 정말 말 그대로 육체의 배고픔을 경험했던 세대가 보기에 현재 어쨋든 배를 곯으며 살았던 적이 없는 2030이 가지는 불행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남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연장선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수용소의 삶이 주는 고통에 대한 공감은 어려웠다. 어쩌면 ‘쉰들러 리스트’, ‘안네의 일기.. 이전 1 2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