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인간을 구분 짓는 방법이 은근히 다양하다.
내가 어렸을 적 무렵에는 혈액형이 그러했다.
사람을 4개로 분류한다는 용감한 발상에 동의하기 어려워 나는 크게 믿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믿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요새는 MBTI가 대세인 것으로 보인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혈액형과는 달리 내가 선택해서 결과를 받는 MBTI는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게다가 16개나 되는 다양한 인간형 분류 때문인지 더더욱이나 과신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근데 그래봐야 16개다. 이 다양한 인간상을 16개 분류로 구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전통적이면서 더 단순한 분류가 있었다.
문과와 이과라는 단순한 이분법이다.
게다가 이 분류가 무서운 이유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 시기에 선택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하여튼 이 전통적인 분류법에 따르면 나는 완벽한 이과인이다.
이과밖에 없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지금은 엔지니어로 먹고살고 있다.
좋게 말하면 수학과 과학을 잘한 편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철학적으로 생각할 줄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철학을 찍먹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물론 철학을 배웠다는 느낌보다는 철학자라는 인간들에 대한 탐구가 더 많았다.
그렇기에 나같은 이과인에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이런 매력을 가진, 인생을 살아온, 결점을 보유한 철학자가 주장한 철학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그 호기심을 자극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을 조금 더 공부하면 나도 언젠가 말장난 하나도 고풍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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