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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 이모 여기 사골곰탕 한그릇 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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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요즘 내가 독서에서 가장 주안을 두는 것이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고, 이러한 책에 대한 감상을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이러한 목적에 가입한 이유에 부합했다. 지금같은 순탄한 일생을 살았다면 높은 확률로 나는 이 책을 읽기는커녕, 제목조차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팟캐스트도 안 듣는 내가 미국 팟캐스트를 듣거나 해서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진단 생각이 쉬이 들지 않기 떄문이다.

저자 팀 페리스는 특정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이들을 거인, 즉 타이탄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50여명이 넘는 수많은 거인들의 인터뷰가 실려있고, 저자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그대로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지혜/건강의 큰 줄기를 잡아서 분류하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한번쯤 들었을 만한 (혹은 미국인이라면 더 많이 들었을 만한) 거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책 자체는 재미있고, 읽기도 어렵지 않다.

인간은 기저귀를 갈고 침략을 계획하고, 돼지를 도살하고, 배를 건조하고, 건물을 서례하고, 소네트를 쓰고, 원한을 풀고, 벽을 세우고, 뼈를 맞추고, 죽어가는 사람을 위로하고, 지휘를 받고, 명령을 내리고, 협력하고, 혼자 행동하고, 방정식을 풀고, 새로운 문제를 분석하고, 거름을 주고,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효율적으로 싸우고, 용감하게 죽어야 한다. 전문화는 곤충들이나 하는 일이다.

내가 박사 학위를 하기 위해서 10년 정도 컴퓨터 공부를 하며 했던 생각을 꼬집어 준 저 문장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8년여전 내가 박사 학위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이 학위로 전문성을 가지게 되고, 그 전문성을 기반으로 앞으로 남은 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지금하고 있는 분야 역시 내가 살면서 쓸 많은 기술 중 하나이지 전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시작했던 공부에서 전문가가 살아남기에 복잡한 사회가 꽤나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깨달은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 문장 하나만 기억에 남았고, 그 조차 내가 세련되게 담아내지 못했을 뿐이지 이미 깨달았던 사실이었던 것이다. 내가 시간이 많아서 혹은 영원토록 살 수 있어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아마도 끝에서 두 번째 정도에 읽었을 만한 책이다. 내가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책 1순위가 라이트 노벨이고, 2순위가 이러한 자기개발서이다. 이러한 자기개발서는 내가 지금까지 몰라서 안 해왔던 일에 대해서 알려준다는 느낌보다는 아는 얘기를 재탕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그러한 재탕을 삼탕, 사탕으로 여러 번 끓인다. 너무 많이 끓여서 이제는 이제는 국물이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평가 - ★★☆☆☆
차라리 영어 공부도 할겸 영어 원서로 읽었으면 그나마 나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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