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영화 시장에서 비춰볼 때 나문희라는 배우는 꽤나 대단한 배우이다.
중년 남성 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에서 여성, 그것도 고령의 배우가 이렇게 포스터에 주연으로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더욱 대단한 것은 우리가 할머니로부터 기대하는 자애로움만을 가진 뻔한 배역만을 맡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캐릭터를 맡는다는 점이다.
룸 쉐어링은 그러한 나문희의 매력을 그래도 잘 살려낸 작품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비혼으로 그려지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비혼이란 단어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지만 그래도 할머니 세대에 있어서 비혼이란 단어는 그럼에도 어색한 단어이다.
또한, 가족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한국에서 가족의 의미는 피로 이어진 혈연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누구도 의심한 바가 없으며, 가족의 최소 조건으로 누구든 피를 들었다.
그러한 점에서 영화 말미에 제안된 가족의 형태는 바뀌는 시대에 대해서 생각해볼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았다.
먼저, 지나치게 편리한 설정도 아쉬웠다.
부모가 없는 고아가 가족을 그리워하다가 괴팍한 할머니의 외손자가 된다는 내용은 지나치게 뻔하고 편리한 설정이다.
쓸데없는 반전도 아쉬웠다.
그냥 그렇게 괴팍할 할머니로 남아도 되는 나문희가 '실은 이 녀석 좋은 녀석이었어' 버프를 받고 좋은 일을 한다는 건 지나치리만큼 아쉬웠다.
츤데레를 꼭 여기서 써야 하나 싶었다.
그럼에도 누군가 물어본다면 추천해줄 만한 영화다.
뻔함에도 듣고 싶은 얘기가 있지 않은가?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도 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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