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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담보 - 전형적인 것도 때로는 끌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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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만 보면 하지원도 많이 나올거 같은데..

명절에 어울리는 영화가 분명히 존재한다. 아니, 존재했다. 길게는 성룡이 그러했고 (나이가 드러나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 ‘극한직업’과 같은 코미디 영화가 그러했다. 요새는 살기가 더욱 팍팍해진건지 혹은 명절의 의미가 퇴색되었는지 이러한 영화가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이다.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명절용 영화가 크게 성공하는 빈도도 꽤나 줄어들었고, 명절에 가족끼리 영화를 보러 가는 것 자체가 더 이상 특별한 행사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담보’는 이러한 시대에 다시 한번 등장한 명절을 겨냥한 영화이다.

스토리에 대해서도 직접 확인해보는 것으로 하고, 이야기의 서사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명절 영화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어야 한다. 먼저, 냉정한 악역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영화의 줄거리 상 악역에 해당하는 인물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악역이 지나치게 ‘악’에 가까운 인물이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악역이지만 그 자신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우습게 보일 수 있는 허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약’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꽤나 매력적이었던 ‘극한직업’의 ‘테드 창’을 생각해보자. ‘담보’는 이러한 악역이 존재하지도 않고, 악역 비슷한 인물이 등장하려고 해도 몇 신을 소모하지 않아 피로감을 최소화하고 있다.

두번째로 어떤 식이든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명절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그래도 가족을 위한 날이다. 모이기 힘들었던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기도 하고, 그 날을 기념하여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전 세대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그들의 공통점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들은 모두 ‘가족’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히트맨’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코미디와 액션이지만 그 영화의 기저에는 ‘가족’이 깔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 부담없이 택할 수 있는 것이다. ‘담보’의 경우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만한 영화였다.

마지막으로 (내 생각에는 이건 단점에 가깝지만) 슬픔을 통해서 여운을 남기고자 한다. 몇 년전 ‘7번방의 선물’의 코믹한 포스터를 보고 그 영화를 보러 갔던 사람들은 아마도 크게 놀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웃으려고 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슬픈 결말에 흠칫 했을 것이다. ‘담보’ 역시 그러하다. 그냥 가족의 의미를 찾는 영화 정도이면 좋을 법한데, 무언가 하나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신파’ 요소를 하나 추가한다. 물론 사람들의 감정만을 생각하면 즐거움보다는 슬픔이 더욱 극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심리 요소를 이해하려는 것은 백분 이해하지만, 명절 다 같이 보는 영화까지 이래야 하나 싶다.

‘담보’는 앞서 말한 명절 영화의 법칙을 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영화이다. 이런 영화는 태생적으로 그 스토리가 예상되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칙이 만들어진 이유 역시 간단하다. 우리가 이러한 영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실의 나쁜 사람들을 보는데 지쳐서 영화에서만큼은 ‘진짜’ 나쁜 사람을 보고 싶지 않고, 가족때문에 지치는 일이 일상다반사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슬픔을 통해서 내 현실을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고자 한다. 그러한 전형적인 명절 영화가 그립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평가 - ★★★☆☆
‘울어라 울어라’하면 더 울기가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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