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Chateau Gazin Pomerol
Vintage: 2013
지역: Pomerol, Bordeaux, France
해외평균가격: 84,470
가격: 99,000 (이마트)
전문가 평점: 로버트 파커 90-92 짙은 보라색. 감초, 모카, 블랙체리의 향이 미디엄과 풀 바디 사이의 와인에서 탄닌, 오크, 산도 적절하게 잘 어우러진다. 피니시 역시 약간의 산도가 있어서 와인에 활기를 준다. 10년에서 15년 후에 마실 것.
평점: 4.0 / 5.0 망빈이라고 해도 명생산자의 힘은 살아있다. 가죽 향이 좋아서 10만원 초반이라면 다시 한번 마시고 싶은 와인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폼은 일시적이어도 클래스는 영원하다.
일시적인 부침이 있더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 뜻이다.
2013년은 보르도에 있어서 잔인한 해였다.
2011년과 2012년 역시 좋은 해는 아니었으나 나쁘다 정도였다면 2013년은 최악, 소위 말하는 망빈이었다.
제 아무리 명생산자여도 이겨내기 어려운 한해였음은 물론이었고 이로 인해 보르도 내부에서는 가당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망빈이 우리, 즉 대한민국의 와인 음주자에게 도움이 된 것이 하나 있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인정해야 하는 것이 슬프지만 인정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와인시장은 성숙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희석식 소주처럼 취하기 위한 술이 대중적이다보니 사람들은 술자리에는 돈을 소비하지만 술 자체에는 돈을 꽤나 아낀다.
협소한 시장 크기에 술값에 아끼는 문화까지 겹치다보니 한국 시장에 좋은 와인이라는 것이 들어오기가 어렵다.
값비싼 좋은 빈티지의 와인이 못들어온 자리를 채워주는 것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망빈의 와인들이다.
이러한 망빈은 브랜드를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어느정도의 만족감을 줄 수 있으니깐 말이다.
개인적으론 일부러 망빈을 찾아가면서야 까지 마실 필요야 없겠지만 어떠한 생산자에 입문하고 싶은데 실탄이 마땅치 않다면 추천하는 편이다.
망빈마저 살려내는 혹은 마실만하게 만드는 생산자라면 당연히 여러 빈티지로 재구매를 결심하면 되는 것이고,
역시나 망빈이나 싶다면 그 생산자는 빈티지가 괜찮은 해만 골라마시면 될테니깐 말이다.
샤또 가쟁은 보통은 10만원 후반대로 장터로 들어가면 10만원 중반대의 와인이다.
이 와인 역시 (내 기억이 맞다면) 15만원 정도로 적혀있다가 장터를 맞이해서 10만원에서 천원 뺀 가격으로 가격표를 바꿔달았다.
여전히 해평가에 비하면 아쉬운 가격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마실만한 가격까진 내려온 셈이다.
향은 의외로 고급 와인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가죽향이 꽤 났다.
물론 보르도 와인에서 기대하는 블랙체리와 같은 검은 과실의 향기 역시 빼놓을 수 없고.
놀라운 점은 3시간 정도로 꽤 시간을 들여서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향이 약해지는 느낌은 없었다.
팔렛은 보르도에서 기대하는 단단한 탄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쉽게 마실 수 있는 느낌이 강했다.
아주 약간의 산도는 느낄 수 있었지만 산도가 확 치고 들어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질감 역시 꽤 부드러워서 많이 쳐줘도 미디엄 바디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어린 와인은 분명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올빈도 아닌데 부족한 숙성으로 인해 느껴지는 쓴 맛이 없는 것이 꽤나 좋았다.
오히려 망빈이라서 그런지 이정도면 충분히 숙성했구나 싶기도 했다.
우리 인생 역시 그렇다.
남들이 보기에 망했다고 해서 망한게 아니고 거기서 끝난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을 배웠다.
재구매 의사는 와인만 생각하면 100%이나 아무래도 망빈은 한번의 경험이면 충분할 듯 하니 다른 빈티지로 하는 게 나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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