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Chateau Chasse Spleen
Vintage: 2016
지역: Moulis, Bordeaux, France
가격: 59,900원 (구매처 모름)
해외평균가격: 50,543원
전문가 평점: Robert Parker's Wine Advocate 92-94 이 와인은 떼루아가 가지고 있는 특색을 깔끔하게 정리된 오크 향과 더불어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삼나무와 훈연 향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팔렛은 꽤나 신선하게 느껴진다. 날카로운 산도와 높은 집중도가 느껴지며, 탄닌은 단단하면서도 섬세해서 피니시가 끝까지 길게 간다. 지금껏 이 토양에서 본 가장 좋은 샤스 스플린이다. 조금 참을 수 있다면 점수의 끝부분 (94점) 역시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점: 3.6 / 5.0 이 와인, 5년 후에는 어떨까?
좌안, 우안 가릴 것 없이 좋은 와인을 만든 2016년은 보르도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꽤나 반가운 해다.
물론 한가지 아쉬운 것은 좋은 빈티지의 보르도 와인을 마시기에 6년의 기다림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한다.
10만원이나 20만원 그 이상의 고가 보르도 와인은 당연히 셀러링을 해야 하고 없는듯이, 죽은듯이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10만원 이하의 보르도 와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은 꽤나 답하기 어렵다.
당연히 셀러링을 하면 포텐셜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우리의 셀러가 무한하지 않다.
지하에 카브라도 갖고 있지 않는 이상에야 세상의 모든 와인을 보관할 수는 없다는 거지.
그런데 반대로 꽤나 답하기 쉬운 질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100만원 짜리 와인을 지금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답하기 어렵다.
지금 마셔도 맛있을 것 같기도 하고, 셀러링을 하면 더 맛있을 것 같기도 한데 꺽일 것 같기도 해서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10만원 이하의 와인은 실험이 가능하다.
지금 마셔보고 포텐셜을 내 나름대로 정의해보는 것이다.
우리가 로버트 파커나 제임스 서클링처럼 100만원 짜리 와인을 시음 적기 이전에 까보는 호사는 못 누리더라도 내돈내산으로 이 정도 와인은 까볼 수 있지 않겠나?
여튼 공학도답게 그러한 실험 정신에서 시작한 테이스팅이었다.
굿빈 중저가 보르도 와인은 셀러링할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내가 그 기준을 잡아낼 수 있는가?
그래서 선택한 와인은 샤스 스플린이다.
꽤나 재밌게 봤던 만화책인 신의 물방울에서 인상적으로 등장해서 더욱 그랬다.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뜻이라는 데 과연 와인 한 잔을 마시고 그런 감상을 느낄지 궁금하기도 했고.
가장 먼저 아쉽게 느껴진 것은 코에서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삼나무나 오크의 향이 약간은 느껴지긴 했지만 이게 코를 박고 맡으려니 힌트 정도가 느껴지는거지 향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다.
스월링이 부족한가 싶어서 몇번 더 흔들어봤지만 크게 변화는 없었다.
그렇다고 입에서도 그렇게까지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탄닌이 그렇게 세지 않아서 떫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거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한가보다.
2시간 정도를 기다려도 끝까지 풀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가 그 거친 맛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5년 이후 혹은 10년 이후 이 와인의 포텐셜이 피었을 때 맛이 궁금해졌다.
이 특유의 거친 느낌이 사라지고, 조금 더 실키한 느낌이 들면 어떨까 싶었다.
향 역시 부케같은 2차향이 생긴다면 매력적이지 않을까?
여튼 지금은 슬픔이 떠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 때에는, 그 날이 오면 슬픔을 날려줄 수 있는 매력적인 와인이 되어 있으려나?
그래서 결론은? 셀러가 비어있다면 지금이라도 사서 쟁여두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셀러가 꽉차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게까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얼마 전에 이마트를 가니깐 2010년대 초반 샤스 스플린을 8만원 10만원에 팔더라.
정 샤스 스플린이 궁금하다면 보관 비용으로 이마트에 몇 만원 더 주고 필요할 때 구매했다가 몇 개월 정도 셀러링하고 마시는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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