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Donatella Cinelli Colombini Brunello di Montalcino
Vintage: 2015
지역: Montalcino, Tuscany, Italy
해외평균가격: 80,553원
전문가 평점: James Suckling 95 잘익은 체리, 꽃, 핫스톤 (hot-stone) 아로마가 매력적이다. 풀 바디. 집중도가 느껴지며, 팔렛은 구조감이 있는 편이다. 삼나무와 더불어 가벼운 드라이 플라워 풍미도 느껴진다. 2022년 이후에 마실 것.
평점: 4.0 / 5.0 검은 과실의 향이 매력적
나작스란 말이 있다.
'나만의 작은 스트리머'란 뜻인데 인터넷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 중 구독자 혹은 시청자가 적은 이들을 의미한다.
소규모 스트리머는 당연히 팬이 적을테고, 팬서비스 역시 대형 스트리머에 비해서 직접적일 수 밖에 없다. (작으니깐)
문제는 이러한 팬들중 과몰입을 하는 팬들이 있다.
그들의 스트리머가 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계속 스트리머와 밀접한 관계로 남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규모가 커지면 안 될테니 나작스란 말이 생긴 것이다.
비슷한 말로는 홍대와 같은 힙한 곳에서 놀다가 지나치게 사람이 많아지면 새로운 장소로 떠나는 홍대병이 있다.
이런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뭔 소리인가 싶었는데 와인에 대입해보니 이해가 된다.
내가 마시기 시작한 어떠한 와인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유명 카페라든지, 인스타 등을 장식하기 시작한다.
인기를 끌어서 와인 생산자가 돈을 벌고, 더 좋은 와인을 많이 만들고, 그래서 가격이 싸지면 다행이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았다.
어차피 한국 와인 시장은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특정 와인이 한국이란 작은 시장에서 인기를 제아무리 끈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수입량이 늘어나든지 하는 일은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떤 와인이 인기를 끌면, 어차피 제한적으로 수입된 수량안에서 경쟁을 해야 하게 된다.
그 제한적인 수량 안에서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가격은 오르는데 그 수혜를 대부분 수입 업자나 소매상들이 입게 된다.
아마 실제 와인 생산자들은 자기 와인이 한국에서 인기라는 것도 모르지 않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나작스를 이해했다.
내 입에 맛있는 와인이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것이다.
정말 이기적이지만 아직은 나만 아는 작은 와인으로 남아주길 바라게 된 것이지.
오늘 이 와인이 그러했다.
나는 Brunello di Montalcino (BDM)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꽤 비싼 BDM을 꽤 많이 마셔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좋은 기억이 크게 없어서 내가 지금까지 BDM을 싫어하는지 알았다.
정확히는 맛이 없던 건 아닌데 이 돈주고 마셔야 하나란 현타에 가까웠지만.
(Brunello di Montalcino란 몬탈치노 지역에서 브루넬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의미합니다.
브루넬로란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품중인 산지오베제를 말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럴리 없었다.
나는 키안티 클라시코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눈에 보이는대로 사온다.
아마 마트에서 유명하다는 키안티 클라시코는 거의 다 마셔봤을 거다.
그런데 같은 품종에 어떻게 보면 더 검증받은 BDM이 맛이 없을리가 있을까?
그런 의문을 이 와인이 해결해주었다.
첫 모금에서 느껴지는 향은 가죽향에 가까웠다.
그 가죽향이라는 것이 보르도 와인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명시적이지는 않아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산지오베제 품종이다보니 체리와 같은 붉은 과실도 약간 느껴지긴 했지만 지배적인 건 블랙커런트와 같은 검은 과실의 향이었다.
과실의 풍미가 적절한 산도와 같이 느껴지다보니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탄닌 역시 강하지 않았으나 약하지도 않은 중간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음식을 시켜서 먹으니 나 BDM 좋아하네를 외치게 되었다.
물론 실제로 외치지는 않고 고상하게 속으로 말이다.
내가 실패했던 지금까지의 BDM 역시 혹시 바틀 베리에이션은 아니었나 적절한 반성도 했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이 와인이 아직은 유명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해외평균가격에 비해서 구입 가격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
그러니 부탁하건데 지금처럼 내가 접근할 수 있는 BDM으로 남아줬으면 한다.
재구매의사는 이 와이너리의 BDM은 보이는 즉시 다시 도전할 것 같다.
그런데 쓰고보니 나작와로 남아달라면서 블로그에 공개발행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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