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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Albert de Milly Grande Réserve Brut 2004 - 노련한 미드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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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Albert de Milly Grande Réserve Brut

Vintage: 2004

지역: Champagne, France

가격: 69,000원 (강남역 어딘데..)

Vivino 평점: 3.7 / 5.0

평점: 3.5 / 5.0 이 맛에 올빈 샴페인을 마시는구나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축구를 꽤나 좋아했다.

내가 하는 것도 좋아해서 축구팀 주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보는 것이었다.

내가 마시는 와인 올리는 것도 버거워하는 초보 블로거지만 그때도 축구팀 분석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다 한번씩 해볼테지만 세계 올스타팀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렸던 당시에 내가 만들었던 팀이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큰 맥락은 기억한다.

전성기 혹은 전성기 약간 오기 전으로 기대했던 유망주 선수로 팀을 작성했던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노련미보다 젊음이 주는 열기를 사랑했던 그때였다.

 

내 와인 인생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오래된 올드 빈티지의 와인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지만 굳이 찾아마시지는 않았다.

와인은 너무나도 당연했고, 숙성되지 않아도 맛있는 와인이야 썩어넘칠만큼 많았으니깐.

 

샴페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빈티지 샴페인이 마셔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기에는 꽤나 조심스러웠다.

빈티지가 따로 적혀있지 않은 NV (Non-Vintage) 샴페인 역시 나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었다.

특히나 시트러스 풍미를 좋아하다니 더더욱이나 그러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도전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빈티지 샴페인을 마셔보고 싶었고, 그게 생각보다는 저렴했으니 좋은 기회였다.

생각보다 진했던 황금색상 액체가 잔을 채우는 순간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노즈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이래서 올빈 샴페인을 먹는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호오의 영역을 넘어서서 지금까지 마셨던 내가 즐겨마셨던 샴페인들과는 다른 영역이었다.

레몬향 같은 시트러스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빵을 구울때 빵집에서 나는 이스트 향이 전면에 나섰다.

빵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맛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더 스월링을 하니 꿀 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샤도네이에서 나는 꿀 향기가 소극적인 힌트에 가까웠다면, 알베르 드 밀리 샴페인은 조금 더 농후한 꿀의 풍미였다.

마치 꿀통에 코를 넣고 있는 기분이랄까?

 

구수함. 달콤함. 이 어울리지 않는 향기가 동시에 나는 신비한 경험을 뒤로 하고 입에 털어 넣었다.

아. 아쉬움이 남기 시작했다.

약간은 달콤하거나, 혹은 약간은 시큼한 맛을 기대했는데 쓴 맛이 먼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내가 다이어트 중이라 한끼만 먹었던 날인데 그러다보니 입맛이 떨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식전주로써는 조금 아쉬웠지만, 그 식이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와인을 포함했다면 그리 나쁘진 않았다.

 

그런 맥락에서 마셨던 이날의 샴페인은 나에게 내 축구팀이 정말로 강했을까란 의문을 던져줬다.

샴페인을 마시고 나서 들었던 인상은 노련한 미드필더를 보는 느낌이었다.

앞서 말했듯 특유의 텁텁한 쓴 맛이 거슬리는 등 약점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 마셨던 와인을 받쳐주는 최적의 식전주였음은 분명했다.

그리고 나중에 조금 더 비싼 빈티지 샴페인에 대한 호기심을 던져주기도 했다.

알베르 드 밀리 샴페인이 주인공이 될 일은 없더라도 어느 순간 어느 자리에 꼭 필요한 노련한 미드필더를 보는 느낌이랄까?

 

적고나니 와인을 아는 사람이 보면 꽤나 부끄러운 글을 길게도 적었다.

2022년에 마셨으니 그래봐야 18년 정도 지난 샴페인을 올빈이라고 적었으니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다시 한번 해당 빈티지를 발견한다면 재도전은 꼭 해봐야지 싶다.

더 오래되었다면?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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