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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우리는 무엇을 믿으며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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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경우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그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고, 그 근본 원인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는다. 대부분은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해결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그것을 둔다는 것은 일견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쉽게 절망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살면서 성취로 인해 행복해지는 빈도보다는 상실로 인해서 불행해지는 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사례는 이러한 원인 제거라는 해결책이 동작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대부분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뇌신경이 손상된 사람을 얘기하고 있는데, 당연하지만 뇌신경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고 해서 뇌를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 물론 예전엔 “전두엽 절제술”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짓을 하기도 했다.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환자의 두뇌 부위 중 전두엽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는데 환자들의 폭력성이 제거되는 등 나름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케네디 대통령의 여동생까지 했던 수술이니 나름 유행했던 수술 이기도 했다. 물론 사고 기능과 지각력이 사라지는 “약간”의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례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안타까운 얘기이지만 환자들은 가지고 있는 병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힌 그들은 전부 불행할까? 안타깝게도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례들은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정말 흥미로운 점은 환자들의 일상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 가면서 해결할 수 없는 재앙은 정말로 영원히 불행해져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여러 가지 형태로 해준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생명체로서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생리학적 건강을 잃었기 때문에 레이는 새로운 건강, 새로운 자유를 발견한 것이다. 병을 앓으며 갖가지 부침을 경험했기 때문에 발견한 것이다. 그는 니체가 ‘위대한 건강’이라고 즐겨 부르는 상태에 도달했다. 드물게 보는 유머, 사나이다움, 강한 정신력을 얻은 것이다. 투렛 증후군으로 고통을 받았으나, 오히려 투렛증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평가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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