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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필스너 우르켈 - 노 재팬하기엔 너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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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 Plzeňský Prazdroj

종류: 필스너

ABV: 4.4%

가격: 2,450원 (와인앤모어)

캔입일: 22.04.02 (상미기한-1년으로 추정)

시음일: 22.09.20

Untapped 평점: 3.37 / 5.00

개인 평점: 3.5 / 5.0 라거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맥주는 식음료다.

무슨 이유를 가져다 붙이던지 모든 것이 자유지만 결국 음식이란 얘기다.

그리고 그런 음식은 감성에 민감하다.

 

내 경우 가장 맛있는 도넛은 집에서 직접 해 먹었던 "도나쓰"이다.

지금이야 집에서 도넛을 튀겨먹는 정신 나간 짓을 하는 사람이 멸종되었지만 그때는 그랬다.

신문지 깔아놓고서 반죽을 직접 해서 해 먹었던 도넛은 던킨이든, 크리스피든 따라갈 수가 없는 맛이었다.

 

물론 그 도나쓰가 절대적으로 맛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 그리고 같이 정리하는 시간까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다. 추억 보정이라는 얘기를 이렇게 길게 설명한 것이다.

 

필스너 우르켈은 나에게 있어서 그러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맥주이다.

몇 년 전 체코에 처음 가서 마셨던 맥주가 필스너 우르켈이었다.

원래도 술을 좋아하지만 나는 여행, 그것도 외국까지 나가면 맥주가 그렇게 당긴다.

 

특히나 유럽 여행은 걸어야 하는 일이 워낙에 많다 보니 더더욱이 그렇다.

하루 종일 걷고 나서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한다.

입에 맞기는 하지만 간이 세고 조금은 느끼한 유럽 음식을 먹다 보면 그 맛을 씻어줄 맥주 한잔이 간절하다.

 

메뉴판을 쳐다보니 필스너 우르켈이 보인다.

한국에서 들어는 봤지만 굳이 마셔보지 않았던 맥주다.

체코 화폐로 있어서 가격이 감이 안 와서 잠깐 계산을 해보니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이다.

 

주문을 하고 나니 정말 투박하게 생긴 잔에 맥주가 나온다.

색깔은 투명하기는 하나 뒷면까지 보일 정도로 투명하지는 않다.

그리고 올라오는 거품은 아름다우나 너무나 금방 사라진다.

 

향을 맡아보니 약간의 세제 향 비슷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 이게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고 상큼하다는 말의 다른 형태이다.

그리고 청량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다.

 

느끼한 음식이 물릴 때쯤 입으로 가져온다.

카스와 같은 라거보단 훨씬 바디감이 강렬하여 음식을 말 그대로 씻어주게 된다.

물론 그렇기에 음식에 따라서 음식을 살리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날 체코의 음식은 입에 오랫동안 머물러야 하는 건 아니었기에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러한 추억 보정은 나에게 이 맥주를 좋은 맥주로 남겨주었다.

노 재팬의 시절, 아사히 그룹 홀딩스가 소유했던 필스너 우르켈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추억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해서 두려웠지만, 지금이라도 보게 돼서 반가운 맥주였다.

그리고 그 반가움, 추억이 맥주의 퀄리티보다 먼저 다가왔다.

그래서 나에게 의미 있던 맥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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